무엇을 만들지보다, 무엇을 안 만들지
혼자 만드는 프로덕트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
안녕하세요. 성구의 인디웨이, 성구입니다.
이번 주에는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했던 고민을 나누려고 합니다.
2026년이 되면서 프로덕트로그(인디해커를 위한 프로덕트 관리 SaaS)를 다시 집중해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프로덕트로그를 다시 만들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한 고민은 “무엇을 더 만들까?”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말아야 할까?”였습니다.
보통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납니다. 특히 혼자 만드는 상황에서는 누군가 말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대로 기능이 되기 쉽죠.
저 역시 그 과정을 그대로 겪고 있었습니다.
만들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기능들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
“다른 서비스에는 다 있는 기능인데?”
“지금 안 만들어두면 나중에 다시 손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은 모두 합리적으로 들렸고, 그때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능을 하나씩 추가해 나갔습니다.
문제는 기능이 늘어날수록 판단해야 할 것도 함께 늘어났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기능은 MVP에 포함해야 하는지, 이건 언제 완성해야 하는지, 지금 쓰지 않는 기능은 남겨두는 게 맞는지, 아니면 과감히 지워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질문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프로덕트 자체보다 ‘결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더라고요.
매일 코드는 치고 있었지만, 이 작업이 정말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다시 만들기로 결심하다
그래서 최근 프로덕트로그를 리팩토링하면서 그동안 쌓아둔 구조와 기능들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모노레포 구조도 걷어냈고,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 남겨두었던 기능들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이미 만든 것을 되돌리는 일은 항상 마음이 조금 아프거든요.
기술적으로 보면 더 정교하고, 더 확장성 있어 보이는 선택을 스스로 포기한 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와 프로덕트로그에는 “잘 만든 구조”보다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혼자 만들고, 혼자 운영하고, 혼자 실험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잡함은 곧 부담이 되고, 부담은 결국 속도를 늦춥니다.
그래서 모든 판단을 하나의 질문으로 줄였습니다
정리 과정에서 저는 모든 기능과 결정을 이 질문 하나로 통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지금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가?”
이 질문에 조금이라도 망설여지는 기능들은 백로그에만 남겨두고, 지금은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언젠가는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를 기준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이 흐려진다는 걸 이번에 분명히 느꼈습니다.
‘안 만드는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집중을 위한 선택이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달은 셈이죠.
프로덕트로그는 왜 ‘피드백’에 집중하게 되었을까?
이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덕트로그가 잘해야 할 일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덕트로그의 핵심은 '프로덕트 운영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지속적인 개선을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기능을 잘 묶는 관리 도구가 아니라, 빠르고, 쉽게 피드백을 받고 관리할 수 있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피드백은 생각보다 아주 예민합니다.
조금만 입력 과정이 번거로워도 사용자는 그냥 닫아버리고, 확인하기 불편하면 만든 사람도 점점 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피드백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사용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말해봐야 소용없구나.”
이 경험이 한 번 쌓이면 그다음 피드백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피드백 흐름이 끊기는 순간, 프로덕트 개선의 루프도 함께 멈춥니다.
그래서 지금 프로덕트로그가 가장 잘해야 할 일은 문서 관리도, 체인지로그 관리도, 복잡한 관리 기능도 아닌 “피드백을 쉽고 빠르게 남기고, 확인하고,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피드백에 집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지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안 만들기로 하니, 오히려 할 일이 또렷해졌습니다
기능을 줄이자 아이러니하게도 할 일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어떤 가설을 세워야 하는지,
어떤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지,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사용자를 타겟으로 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피드백을 남기지 못하고 돌아서는지.
해야 할 일이 줄어든 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상태라면 작은 개선 하나도 훨씬 빠르게 실험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더 중요해진 기준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운영해보니 속도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무엇을 더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이 기준 하나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프로덕트의 방향까지 크게 좌우하더라고요.
앞으로의 방향
당분간은 무언가를 더 얹기보다는 핵심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프로덕트로그를 시작으로 인디로그, 북로그로 확장하고, 다른 Micro SaaS와 App도 만들어갈 계획이지만, 그만큼 ‘안 만들 것’을 더 분명히 정해가려 합니다.
무엇을 만들지보다, 무엇을 안 만들지.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구 드림
P.S.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의 ‘단 하나’의 핵심 기능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