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하나로 다낭에 왔습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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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하나로 다낭에 왔습니다
이 글은 [​성구의 뉴스레​]에서 발행되었습니다.
1인 기업, 인디해커, 크리에이터, 노마드 워커로 살아가는 과정과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성구의 인디웨이, 성구입니다. 지금 저는 다낭에 있어요.

다낭으로 떠나기까지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어요. 회사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도 그거였고요. 노트북 하나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서 퇴사했고, 그렇게 인디해커를 지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그 방향을 향해 고군분투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았어요. 수익이 더 안정되고 나면, 프로덕트가 더 자리 잡히고 나면, 이러다 1년, 2년이 그냥 지나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가보기로 했어요.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 동남아 중에 4~5월에 좋은 곳을 찾다가 다낭이 눈에 들어왔어요. 찾아보니 디지털 노마드에게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너무 짧으면 적응만 하다 끝날 것 같고, 너무 길면 부담스러워서 5주 일정을 잡았어요. 반신반의하며 비행기를 탔는데, 막상 와보니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현실감이 생겼어요. 새벽 공기를 맡는 순간, '아 동남아구나.' 그전까지는 솔직히 실감이 없었거든요.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야 '이제 시작이구나' 싶은 설렘이 올라왔어요. 도착해서는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장소만 바뀌었어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여기 와서 노는 게 아니라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요즘 메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건 콘텐츠로그라는 Micro SaaS예요. 출시한 뒤 제가 직접 쓰면서, 사용자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개선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낭에 와서는 살면서 직접 필요해진 도구를 하나 더 만들었어요. 노마드로 살면서 경비, 장소, 일정을 한 곳에서 관리하려고 만든 서비스예요. 아직 정식 출시는 아니고, 제가 매일 쓰면서 다듬는 중입니다.

기존에 운영하던 앱인토스는 라이브러리 업데이트나 주요 공지에 따라 유지보수만 하는 정도예요. 4월에는 약 30만 원 수익이 났고, 5월엔 '귀여움 챌린지'가 있길래 '졸린 돌멩이'라는 하찮고 귀여운 앱을 하나 만들어 제출해봤어요. 그 외에도 작은 프로덕트들을 계속 실험하고 있고요.

콘텐츠 작업도 그대로예요. 요즘은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인데, 이번엔 자동화 입문서를 목표로 쓰고 있어요. VOD 강의 업체 두 곳과 계약해서 강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매주 그룹 멘토링도 진행 중입니다. SNS엔 매일 '노마드 워커의 다낭 살이' 시리즈를 올리고 있고, 이 뉴스레터를 시작으로 한동안 멈춰 있던 유튜브도 다시 올려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글도 다낭의 한 카페에서 쓰고 있습니다.

장소만 바뀌었어요.

다낭에서 하루는 이래요

서울과 다낭은 시차가 2시간 나요. 평소대로 자고 일어나도 여기서는 7시예요. 의지로 안 됐던 아침 기상이, 환경이 바뀌니까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7시에 일어나 헬스장에 가요. 한 달 이용료가 약 만 원이에요. 운동을 마치면 매일 가는 반미 가게에 들릅니다. 하나에 17,000동. 한국 돈으로 천 원이 안 돼요. 사장님은 영어를 못 하시고 저도 베트남어를 못 해서, 처음엔 엉뚱한 걸 시켰는데 이제는 손으로 반미 모양만 그려도 알아서 만들어주세요.

그다음은 카페로 갑니다. 다낭은 분위기 좋은 카페와 워크스페이스가 정말 잘 갖춰져 있어요. 2주 동안 매번 다른 곳에서 일했는데,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남아 있어요. 어떤 카페는 자연 속에 있어서 나무와 숲이 보이고 새소리가 들렸고, 어떤 곳엔 스탠딩 데스크가 있었고, 어떤 곳엔 모니터까지 갖춰져 있었어요. 잔이 비면 조용히 물을 채워주는 곳도 있었고요. 주위엔 다 노트북 앞에 앉아 뭔가를 하는 노마드들이라 자연스레 집중이 되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마사지를 받으러 가요. 1시간에 평균 40만 동 정도 합니다. 매일 앉아 일하다 보니 어깨와 목이 늘 뭉치는데, 받고 나면 몸이 풀려요. 먹는 걸 조금 아끼더라도 마사지는 빠뜨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혼자 일하는 데는 결국 체력과 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렇게 매일 운동하고, 세 끼 챙겨 먹고, 마사지까지 받는데도 생활비는 서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해요. 외국이라 저를 아는 사람도 없고요. 눈치 볼 일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꽤 자유롭더라고요.

저녁엔 산책을 하거나, 숙소가 탑층이라 옥상에 올라가 야경을 봅니다. 며칠 전엔 옥상에서 불꽃놀이도 봤어요.

대단해서 온 건 아닙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뭔가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환경이 바뀐 것이지, 하는 일이 바뀐 건 아닙니다.

회사를 그만둔 게 2024년 5월이니까 이제 2년 차가 되어가요. 노트북만으로 일하는 구조는 여전히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솔직히 2025년이 쉽지 않았어요. 원래 작년에 해외 살이를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못 하고 제주살이로 대신했고, 2026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동안 돈 벌기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제가 남들보다 잘 벌어서 다낭에 온 건 아니에요. 여전히 수익은 적고 불안정합니다. 다만 제 삶의 우선순위 안에서 이 방식이 더 위에 있었기 때문에 온 것에 가까워요.

다낭이라고 항상 낭만적이지도 않아요. 한낮엔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 숙소 와이파이가 1~2일 끊긴 날도 있었는데, 다행히 데이터를 매일 3GB 받는 걸로 미리 신청해두고 와서 핫스팟으로 버티며 카페에서 작업했어요.

그리고 외로움이나 그리움은 의외로 별로 없어요. 진짜 매일 하는 고민은 따로 있거든요. 이런 노마드 생활을 더 자주, 더 오래 하려면 어떻게 돈을 더 벌어야 할지, 어떻게 일을 더 잘해야 할지. 그게 진짜 매일의 고민이에요.

그래서 매일 일합니다. 다낭이라 일하는 게 아니라, 이 삶을 계속하기 위해 일하는 것에 더 가까워요.

오늘도 다낭에서

이 글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로 닿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더 좋겠어요.

저는 오늘도 다낭에서 일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구의 인디웨이]